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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MZ들의 회사생활 - 4화

나의 보물들^^ 2025. 5. 29. 06:55

제주 워케이션 4회: 태풍 전야의 화상 회의

슬기로운 MZ들의 회사생활 4화

 

"후우..."

 

채원은 놋북 화면 한구석에 떠 있는 태풍 경로 예보와 일정표에 적힌 '박 부장님과 화상 회의'라는 글자를 번갈아 보며 심호흡을 했다. 제주에 온 지 3주차, 제법 워케이션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한꺼번에 닥쳐온 두 가지 위협은 그녀를 다시 긴장하게 만들었다. 창밖으로는 이미 아침부터 강한 바람이 몰아치며 야자수 잎을 사정없이 흔들고 있었다. '제주도의 변덕스러운 날씨라더니, 하필 오늘인가.'

 

오전 업무를 간신히 마치고 점심은 간단히 김밥으로 해결했다. 공유 오피스 창가 자리에 앉으니, 평소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던 바다는 이미 검푸른 빛으로 변해 성난 파도를 토해내고 있었다. 오피스 관리자는 아침부터 "태풍으로 인해 오후에는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할 수 있으니 중요한 업무는 미리 처리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공지했다. '제발, 회의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버텨다오.'

 

약속된 오후 2시. 채원은 회의실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놋북 화면을 켰다. 미리 준비한 보고 자료를 바탕화면에 띄우고, 혹시 몰라 스마트폰 핫스팟 연결까지 확인했다. 잠시 후, 화면에 박 부장의 근엄한 얼굴이 나타났다.

 

"채원 주임, 잘 지내고 있습니까?" 의례적인 인사였지만, 목소리에는 날카로움이 묻어 있었다. "네, 부장님. 덕분에 잘 지내며 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채원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듣자 하니 제주도 경치가 그렇게 좋다면서요? 업무에 집중이 잘 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박 부장의 말은 칭찬인 듯 비꼬는 듯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었다. "네, 물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오는 신선한 자극과, 불필요한 야근 및 회식 문화에서 벗어나 업무 시간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채원은 준비한 자료를 화면에 공유하며 지난 3주간의 업무 성과와 함께, 워케이션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 그리고 동료들과의 자율적인 소통이 오히려 팀워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했다. 박 부장은 팔짱을 낀 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때였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살짝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창밖에서는 거센 비바람이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가 더욱 격렬해졌다. 순간, 놋북 화면이 살짝 깜빡였다.

 

"채원 주임? 괜찮습니까? 지금 무슨 소리죠?" 박 부장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 네, 부장님. 잠시만요. 지금 제주에 태풍이 상륙해서 바람이 많이 부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채원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답했다. '이럴 때 꼭...'

 

"태풍요? 그런 환경에서 제대로 된 업무가 가능하겠습니까? 역시 워케이션이라는 게..." 박 부장이 못마땅한 듯 말을 이었다. "부장님, 물론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이런 상황에서도 저희는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와이파이가 불안정할 경우를 대비해 핫스팟도 준비해 두었고,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대처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예기치 않은 상황에 함께 대처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과 팀워크가 더 강화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원의 단호하면서도 논리적인 답변에 박 부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화면 속 그의 표정은 여전히 읽기 어려웠다. 회의는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몇 가지 질의응답을 더 나눈 뒤 마무리되었다.

 

"알겠습니다. 채원 주임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에도 문제없이 업무 잘 마무리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태풍 피해 없도록 조심하고요." "네, 부장님. 감사합니다."

 

화상 회의가 끝나자 채원은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동기 민지와 박 대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주임님, 괜찮아요? 박 부장님 엄청 깐깐하게 물어보시던데." 민지가 물었다. "어휴, 그래도 채원 주임님이 차분하게 잘 대처하신 것 같아요. 아까 바람 소리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박 대리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채원은 동료들의 따뜻한 말에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혼자가 아니었구나.' 문득 서울에서의 숨 막히던 회식 자리 대신, 이렇게 함께 걱정하고 응원해 주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창밖은 여전히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채원의 마음은 회의 전보다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그래, 어떤 상황이든 부딪혀보는 거지. 이게 바로 슬기로운 제주 회사생활 아니겠어?' 그녀는 놋북을 덮으며 피식 웃었다. 태풍이 지나가면, 또 어떤 일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5회 예고: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 그리고 뜻밖의 제안

거세게 몰아치던 태풍이 거짓말처럼 지나가고, 제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맑고 푸른 하늘을 드러낸다. 하지만 채원의 숙소는 태풍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밤새 창문 틈으로 스며든 비에 바닥은 물바다가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낡은 에어컨마저 고장 나 버린 것!

'최악이다, 정말…' 망연자실한 채원에게 숙소 주인은 "수리하려면 일주일은 걸릴 텐데요."라는 절망적인 답변만 내놓는다. 찜통더위 속에서 눅눅한 숙소에 머물 수도, 그렇다고 갑자기 새로운 숙소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

그때, 화상 회의 이후 아무 소식 없던 박 부장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한다. '중간 보고 관련하여 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본 채원의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과연 메일의 내용은 무엇일까?

엎친 데 덮친 격, 숙소 문제와 본사의 알 수 없는 호출. 채원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제주 워케이션,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걸까?